부스러기 줍기Surfing the Debris

2021

나는 디지털 플랫폼에 올려놓은 영상의 자동 자막을 보면서 이 디지털 매체가 듣고 있는 소리와 내가 듣고 있는 소리가 같은 것인지 의심한다. 영상에 저장된 소리를 듣고 작성되는 문자로서 '자동 자막'은 내가 소리라고 인지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디지털 매체는 영상에 담긴 소리 중 전달 가치가 있다고 습득된 소리만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집중하고 있는 바람 소리, 행인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인지한 등장인물의 대화 또한 동일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디지털 매체가 소음으로 판단하고 삭제한 -자막에는 기록되지 못한- 소리를 듣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계가 작성하는 자동 자막과 현재 내가 듣고 있는 소리와의 괴리감을 형성한다. 결국 디지털 기계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모든 데이터를 평등하게 인지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그가 작성하는 문자에 의해 좌절된다.

그 이질적인 간극에서 나는 기록됨을 박탈당한 소음들의 존재가 커지는 것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부유하던 소리를 가치를 부여받은 소리와 동등한 장소로 끌어 오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기록되지 못한 소리들은 어떠한 형태로 어디에서 존재하고 있을지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

작업 노트 발췌

기록되지 않은 소리Unwritten sound

2021

유리창에 펜

가변크기.

1. 기록하고 싶은 장면을 디지털 기기로 녹화한다.
2. 영상에 녹음된 소리를 AI에게 들려준다.
3. AI에게 자신이 듣고 있는 소리를 기록하도록 명령한다.
4. 동시에 나 또한 내가 듣고 있는 소리를 받아 적는다.
5. 쓰여진 글자들 중 반복되거나 사라진 소리를 기록한다.